공덕역 마포갈매기살 거리
오랜만에 친구랑 만나 공덕역 뒷골목에 즐비해있는 마포갈매기 거리로 향했다. 사실 백종원의 마포갈매기 매장의 기원도 공덕역과 마포역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곳들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꼭 이 거리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시내에 있는 아무 곳에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갈매기살이지만, 이날은 서로 위치해있는 지점의 중간이 요 부분이었기에 의도치 않게 원조 마포갈매기를 먹으러 가게 됐다.
신림 순대촌, 신당동 떡볶이, 부산 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대구 막창 등 음식 이름에 특정 지역이 함께 합쳐져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이 장소들에 가게 되면 서로가 원조라고 외치는 사장님들의 눈빛을 외면하면서도 으레 그 중 단연 진실로 으뜸인 원조 맛집에서 먹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올라온다. 아무리 혼자가 편하고, 혼자 먹는 밥이 좋다는 사람도 군중심리에 의해 손님 하나 없는 진짜 원조 집보다는 사람들로 내부가 바글바글 거리는 원조의 원조 집에서 먹고 싶어 하는 법인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그렇게 내 마음이 타인에 의해 흔들리는 동안, 나는 내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게 된다. 한때는 그렇게 해서라도 나도 줄 서 있는 맛집에서 먹기를 희망하고, 직접 서보기도 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처럼, 오랜 시간 뙤약볕에서 맛있다고 난리가 난 함바그 스테이크를 먹으려고 2시간을 기다리고 입장했는데, 들어와서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삼십 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오래 기다리고 배가 굶주려 있어서 그게 더 맛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난날 내가 경험한 이야기다.
지금은 코로나로 사람들이 많이 빠져있긴 하지만, 한 때는 저마다 자기네 가게가 마포갈매기 원조라고 칭해지는 곳에서 줄을 서며 먹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런 기대도 희망도 없기에, 사람이 너무 많지도 않으면서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데이터에 의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엄청 뛰어난 곳이 아니라면 맛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다. 적당히 눈치보면서 적당히 중도를 지키고 있는 곳에 들어가서 먹는 게 제일 마음 편한 일인 것이다.
요즘은 삼겹살집에 가도 고기를 구워주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갈매기살을 옆에서 맛있게 구워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숯판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둥근 철판의 가장자리에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풀어놓은 계란 소스가 담긴 막걸리 주전자를 아주머니가 길게 원형을 그리는 것을 바라볼 때의 짜릿함이란. 그것은 고기를 구워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