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마트 24의 와인 연간 판매량이 80퍼센트를 기록해 상반기에 다 팔아치웠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80퍼센트의 수준이 173만 병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숫자가 존재하지 않는 허수처럼 느껴져 몸으로 체감하는 게 쉽지 않다. 하루에 7,900병, 1분에 5.5꼴로 와인이 팔렸다고 이해하기 쉽다. 하루에 약 8천 병에 달하는 와인이 판매됐다고 하니 그 수요에 가속화를 더한 것은 아마 코로나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맥주의 판매량보다 와인의 판매량이 더 높았다는 기사를 확인하기도 했다. 서양식 식습관과 함께 와인에 대한 인기는 앞으로 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와인에 첫 발을 디딘 게 된 경로는 어학연수 겸 인턴으로 갔던 미국 생활에서였다. 그 당시에만 해도 한국에서 와인의 이미지는 '비싸고 고급진 술'이라는 인식이 강해, 마트같은 데서 값지고 편하게 구해먹기 어려웠다. 지금처럼 수입되는 와인의 종류가 많지도 않았고. 한국에선 비싸지만 미국에선 저렴한 것들을 가능하면 많이 누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와인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이었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마트에서 저렴하게 파는 와인들을 시간이 날 때면 종종 사 먹곤 했다. 기분 내고 싶을 때나 힘든 하루를 보낸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을 때나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편하게 습관처럼 와인을 집어 들었다. 주로 화이트 와인을 마셨고, 소비뇽 블랑을 입문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어떤 종류의 와인이 내 입맛에 맞는지도 확인해보지 않고, 무작정 부딪혀봤던 경우였다. 조금씩 레드와인과 다른 종류의 와인들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잘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산미 맛이 강하고 끝 맛이 드라이한 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또 다른 와인의 세계로 인도했던 포르토 와인은 여기서 일단 제외해본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후, 한국에서도 와인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저렴하게 파는 와인 레스토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더 많이 눈에 띄는만큼, 대중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가끔씩 스테이크를 먹거나 파스타를 먹을 때면 이젠 콜라보단 와인이 더 당길 때가 있다. 마트에서 흔히 보이는 와인 판매점에서 주로 저렴한 것들을 골라서 먹기도 했었는데, 마음에 드는 맛이 생각보다 없었다. 아무래도 와인 값이 비쌀수록 그 값을 더하는 것 같다. 한국에 들어오는 와인이 현지에서는 굉장히 저렴한 경우도 있을 테고, 실제로 저렴하게 괜찮은 맛을 내는 와인을 먹은 경험이 있다 보니 너무 비싼 와인은 마시지 못하지만 가성비 좋은 와인을 골라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날 먹었던 와인은 어떤 맛을 냈고, 재구매 의사가 있는지, 어떤 향을 내뿜고 있는지, 어떤 음식이랑 먹을 때 괜찮은지 등의 기본적인 리뷰부터 조금씩 데이터를 쌓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와인 리뷰를 기록해나가려고 한다. 한 번 사마셨던 와인도 저번에 맛이 어땠더라? 하며 기억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짧게라도 와인 리뷰와 재구매 의사등을 정리해두면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중에는 와인 판매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맛있는 와인을 고르고 싶다는 허황된 욕심도 한몫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와인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테고, 그 세계가 복잡하고 다양해서 배우기 귀찮았던 지난날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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