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김영갑 갤러리 입구

 

제주에 온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김영갑 갤러리에 다녀왔다.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실내로 몰려들었다. 비가 내리는 가을 날씨, 김영갑 갤러리와 잘 어울리는 하루였다. 

 

 

김영갑 갤러리 굿즈 오름 포스터

 

김영갑 갤러리 티켓을 구매하면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힌 기다란 포스트 굿즈를 무료로 함께 준다. 그의 원하는 사진이 있다면 따로 이런 저런 굿즈를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이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에 괜찮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살아 생전에 작업실과 그의 모습

 

티켓을 받아서서 뒤를 돌아보면 그가 일했던 작업실과 작업실 안에서 아픈 와중에도 바쁜 시간을 보냈을 그의 사진이 함께 놓여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방문하기 이전에 나는 그의 이름 정도만 들어봤었는데, 이번 갤러리 방문을 통해 그의 많은 것들을 보고 깨닫고 느낄 수 있었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방문하는 모든 이들과 음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주인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김영갑 작가의 사진 역사를 텍스트로 확인해볼 수 있게 정리해둔 약력. 밑으로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다. 부여 출신으로 제주, 오름, 김영갑 이 세 글자를 빼고 그에 대한 또 다른 사적인 정보를 얻어볼 순 없었다. 

 

작업하고 있는 그의 모습

 

말년에 루게릭병에 걸려 아픈 생을 살다 간 것 말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더 접해볼 수 없어 어쩐지 아쉽기만 하다. 살아있을 때 그를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도 몰려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던 사진

 

요즘 같은 세상에 왜 그런 병이 걸렸을까?라는 질문을 되뇌며 궁금함이 치솟게 되는 그의 삶. 잠시나마 김영갑 갤러리를 구경함으로써 그 안타까움과 섭섭함을 달래려 한다. 

 

부여출신 김영갑의 제주살이

 

1982년에 이미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버린 김영갑의 스토리가 적혀있다. 무엇 때문에 이 척박한 곳에 마음을 내리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 매력의 비결은 바로 오름 때문이었다. 

 

김영갑 다큐멘터리

 

살아생전에 찍혔던 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어 20분가량 보면서 그를 더 이해하려고 했다. 아팠을 때라 몸이 많이 쇠해진 모습이다. 자연의 제주도가 산업화되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그였다. 

 

용눈이 오름

 

제주도엔 정말 많은 오름이 있지만 김영갑은 용눈이 오름에 깊게 빠져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오름이란 것을 한 번도 올라본 적 나조차도 용눈이 오름을 들어봤을 정도이니까. 

 

용눈이 오름 휴식기

 

제주도에 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은 용눈이 오름이었는데, 현재는 휴식기로 2023년까지 탐방객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아쉬웠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따라비 오름도 그렇게 예쁘고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는데, 용눈이 오름은 얼마나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가을의 제주 풍경

 

가을에 느꼈던 제주도의 매력이 한껏 담겨있는 용눈이 오름과 억새풀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름이 자연이 자신을 다 받아주는 그런 아량의 모습을 발견했던 걸까. 

 

 

겨울 제주 풍경

 

용눈이 오름의 겨울 모습. 맑은 하늘의 상쾌함이 액자를 뚫고까지 느껴진다. 

 

제2전시관 하날오름관

 

제2전시관은 하날오름관과 유품전시실이 있다. 하날 오름관의 사진들 역시 멋지게 찍혀서 보는 순간 '우와'를 연신 내뱉게 됐다. 

 

김영갑 갤러리 사진

 

마치 황량한 아프리카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었다. 그 사막 속에서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은 구도. 

 

하날 오름

 

하날 오름의 황량한 느낌. 바람 부는 느낌이 그가 느꼈을 그날의 오름과 많이 닮아 있었다. 

 

하날 오름의 해지는 모습

 

제2전시관에 도착해서 바로 시선을 쏟는 작품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 한다. 붉은 노을. 저 노을을 실제로 봤을 때의 황홀감을 언젠가는 나도 맛볼 수 있을까 약간의 질투가 났다. 

 

다양한 계절의 오름 사진들
나뭇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쓸쓸한 감성을 그 누구보다 잘 포착해내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런 그의 감성이 좋아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김영갑 작가의 사진에서 나오는 여운을 길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세로 파노라마 제주 풍경

 

 

인기 있던 또 다른 그의 작품. 가로 파노라마가 아닌 세로 파노라마로 찍힌 사진. 오름이 아닌 제주도의 풍경을 담아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오름과 제주의 매력에 푹 빠졌던 그에게 감사할 뿐이다. 오름이 유명해지게 된 데는 그의 몫이 한 턱 크게 작용했을 테니까. 

 

 

728x90
반응형
LIST
728x90
반응형
SMALL

닥터후의 엄청난 펜은 아니지만 시즌이 많은만큼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휘발성으로 에피소드의 내용이 강하게 날아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억하고자 새롭게 기획한 개인 프로젝트이다. 간단하게 영화나 미드, 영드를 보고 '나는 이렇게 느꼈다'라는 걸 쓰기까지가 내게는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뭔가 잘 써야한다는 부담감, 남들이 안 썼던 내용을 써야한다는 부담감 등이 있지만 일단 뭐라도 써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차차 알아가고 있는 단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닥터후 시즌 1, 2는 시간이 되면 시즌3이 끝나고 난 후에 진행해보도록 하겠다.



시즌2까지 닥터의 콤파니언(companion)으로 로즈가 활약하면서 시즌3에서는 새로운 콤파니언과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시즌2에서 로즈가 떠나는 걸 몰랐기 때문에 닥터만큼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도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뉴닥터 시즌의 마음의 포문을 열게 해준 역할을 했던 로즈가 떠나면서 누가 새로운 여성 파트너로 등장할까 궁금했는데, 흑인 여성이 나와서 또 한 번 놀랐다. 인종차별은 아니지만 금발의 백인 여성이 여성 파트너였기에, 어떤 누구로 대체해야 할까 제작진도 고민이 많았을 테지만 똑같은 종류의 인종을 선택하기 보다는 색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테닥과 의대생활을 하고 있는 흑인 마사와의 만남은 앞으로의 시즌4가 어떻게 진행될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 지점이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마사와 닥터가 머물고 있던 병원 건물이 통채로 달로 날라가 버렸다는 설정 자체가 재밌게 느껴졌다. 달에 있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새로운 행성에 도달하는 길이기에 그곳에 도착했다면 굉장히 기쁜 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지구인들에게 그 곳은 너무나 낯선 곳이었기에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죽어도 멋진 곳, 달에서 죽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냐고 말하는 마사의 태도가 어쩌면 나의 태도와 비슷할 것이다. 카나리 와프 전쟁에서 사촌을 잃은 마사와 그 현장에서 직접 싸우고 있던 닥터와의 만남. 이런 디테일들이 적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까먹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플라스마보어라는 외계인 (출처: 왓챠)


심각한 장면인데 개인적으로 웃기게 다가오기도 했던 장면. '등골 빨아먹다'의 실사판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을 비쥬얼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져서 내 눈앞에서 상영된다는 게 어째, 세계는 다 똑같이 돌아가는 것인가 하는 오싹함이 들기도 했다.

코뿔소 사설 경찰 (출처: 왓챠)


코뿔손데 주둔이라고 불리우는 사설 경찰이 달에 도착한 모든 것들을 용의자로 지정해 인간과 비인간으로 카테고라이징하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맨날 컨트롤하려고 하기만 하는 인간이 반대입장에서 컨트롤 당해야하는 상황이 언젠가 펼쳐질 미래의 일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구에선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중립지역인 달로 사람들을 데려왔다는 닥터의 설명 또한 매우 그럴듯해보인다. 이 장면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또 다른 이유는 닥터후를 보는 우리는 모두 닥터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걸리면 안 되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쪽쪽 빨아먹던 '플라스마보어'라고 불리는 인간의 탈을 한 또 다른 외계인으로 해외로 도피하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인간의 피를 빨아먹은 그녀는 주둔에게 인간의 종류로 카테고라이징되었다. 주둔의 스캔이 강화된 덕에 플라스마보어인 할머니는 닥터의 피를 빨아먹고 닥터는 잠시 죽은 상태로 분류됐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닥터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다시 살아날 것을 알고. 닥터의 피를 빨아 마셔 외계인의 피로 동화된 할머니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사가 현명하게 캐치해 스캔기를 직접 들어 스캔하는 상황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로즈보다 더 오버스럽지 않게 적당한 때에 자기가 할 일을 잘 알고 헤쳐나가는 리딩적인 인물로 읽혀졌다. 로즈의펜으로부터 뭘하든 미운털이 박힌 마사에게 더 애정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자기력 과부하로 할머니는 타버렸고, 나머지도 타버릴 위기에 놓인 상황.

인간에게서 새 생명을 얻는 닥터 (출처: 왓챠)


의대생답게 사망 위기에 놓인 닥터를 마사가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닥터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나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여성 역할인 마사를 통해 다시 살아나게 된 닥터! 이런 흐름이 시즌3 1회를 시작하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달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은 닥터가 주둔에게 부탁했기 때문이었지만 이 부분은 조금 허무하게 느껴졌다. 닥터는 마사에게 시간 여행을 제안하고 마사는 당장 시험이 코앞이라 거절했지만 이번 시즌의 주인공이기에 당연히 타디스에 오르면서 1회는 마무리 된다.

닥터후 시즌1을 겨우 넘기고, 막 재밌어지려는 시즌2에서 이제 시즌3로 넘어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봐야 닥터후 찐팬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전반적인 포멧은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와 연결되는 세계관을 볼 재미가 풍부하니 당분간 닥터후에 질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728x90
반응형
LIST
728x90
반응형
SMALL

지인 추천에 의해 다녀온 제주 왈종 미술관. 정방폭포 주차장 맞은편에 위치해있는 적당한 사이즈의 미술관이다. 천천히 둘러본다고 해도 2시간이면 여유롭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정도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있다. 

왈종미술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 5천 원


왈종 미술관이 왈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인지도 모르고, 정말 외관만 잠깐 찾아보고 둘러보면서 작품을 마음으로 느꼈는데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5천 원이다. 입장료를 구매하면 기프트 샵이나 커피숍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엘에이의 구겐하임과 비슷한 제주 서귀포 왈종 미술관



처음 왈종 미술관에 도착해 외관을 보았을 때는 미국 LA에 있는 구겐하임 뮤지엄이 생각났다. 밤에 흘러나오는 불빛이나 외관의 구부러진 특성이 왠지 모르게 그 뮤지엄이 연상됐다. 야자수 나무에 좋은 날씨에 비슷한 외관이라고 생각되어 지는(이건 온전히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뮤지엄 때문인지 엘에이가 무척 생각나는 날이기도 했다.


 

그리스 산토니같던 왈종 미술관 옥상


옥상 전시로 이어지는 계단 쪽은 그리스가 따로 없었다. 그리스 산토리니에 가본적은 없지만 푸른 계단 색과, 하늘, 그리고 하얀 외벽이 꼭 그리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라라라라라라랄라 포카리 음료라도 먹어줘야 할 것 같은 곳이었다. 우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작품뿐만 아니라 뮤지엄의 인테리어에도 큰 공을 들인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by 왈종



옥상 전시에 마련되어 있는 현무암 비석같은 것에 왈종 작가 작품 속 인물이 튀어나와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명받기도 한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한 번 더 보게 되니 반가웠다. 작가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굉장히 위트있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에 강단이 있을 분이라고 상상해볼 수 있었다.


왈종 미술관 굿즈 중도 엽서
작품 자체의 사이즈가 큰데 꽃의 색상도 밝은 네온 사인 형태라 신기했던 작품


나는 보통 미술관에 가면 기프트샵에 들러 엽서는 꼭 사는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엽서 한 장당 가격은 천원이었다.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 마음에 들었던 게 엽서로 있을까 없을까 기대하는 것도 관람의 한 묘미인데, 이 작품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잘 없는 편이라 속상할 때가 종종 있다. 내게 엽서는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서신의 목적이라기보다는 기록용으로서의 기능이 더 강하다. 마음에 드는 엽서 두 장을 골랐다.

왈종미술관 팜플렛



왈종 작가의 작품 핵심에 큰 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중도의 삶’이다. 자신의 마음을 육체적인 요가 운동으로 수양하기도 하고, 남제주 서귀포에서 남들과 세속적인 삶을 비교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려는 모습등을 작품에 녹아내려 한 것같다. 왈종 미술관 팜플렛에도 나와있듯이 꽃과 새, 물고기, 자동차, TV, 동백꽃, 노루, 골프 등을 지속적으로 작품에 출현시킴으로써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행복과 불행, 자유와 구속, 사랑과 고통, 외로움 등을 얘기하려고 하였다.


도자기에 그려진 왈종 작가의 작품 제주 중도


작품의 풍이나 사용되는 요소가 위와 같은 게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 재료에도 해보고, 저 재료에도 해보는 등의 다양한 실험을 한 작가로 보여진다. 이중섭 화가도 그렇지만 옛날 화가들은 이전부터 캘리그라피를 자신의 사인으로 이미 시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왈종 작가의 왈종 사인이 굉장히 멋스럽고 세련됐음을 느낄 수 있어 첫눈에 반하기도 했다. 

 

 

왈종 작가의 코르크 마개 작품
왈종 작가의 19금 시리즈


19금 전시관에있던 작품들. 볼링공, 와인 코르크 마개 등 그림을 꼭 캔버스에만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양적인 재료인 장지, 한지 등에 서양 재료인 아크릴이나 유화를 섞어서 그리기도 한 점이 이색적이고 재밌었다. 볼링과 관련된 그의 작품은 인기가 항상 좋으며, 경매에 나올 때마다 빠르게 높은 가격으로 완판 된다고 한다. 


제주 생활의 중도와 연기


그림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닌 듯한 해탈한 듯한 그의 마음가짐을 엿보면서, 나도 한층 마음이 성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과 증오, 탐욕과 미움, 번뇌와 자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 나는 오늘도 그림 속으로 빠지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고 공감이 많이 됐다.

 

한 쌍의 물고기

 

서로 마주한 입이 숭고하게까지 느껴지던 작품


물고기 두 마리와 구가옥, 골프 치는 사람, 낚시하러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던 과거의 자신, 귤나무 등 자신과 제주를 대표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어 샤갈의 작품처럼 왈종 작가의 시그니처 요소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왈종 작가의 기사

 

 

길어야 제주에서 2년 살면 오래 사는거라고 놀렸던 친구의 말과 달리 왈종 작가는 남제주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현재는 어떠한 지 모르겠다). 따뜻하고 비교적 여유로운 남제주 생활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테다. 이보다 더 그림 그리기 좋은 환경은 없을 거라며. 꼭 고흐가 볕좋은 프랑스남부를 찾았던 것처럼 많은 그림 작가, 글 작가들이 남제주 서귀포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북치고 장구치자. 에헤라 디야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은 꽤 있었지만 다 리뷰를 남길 순 없을 것 같다. 북을 치고 있는 여인네의 포즈에서 희화스러움이 느껴진다. 아니면 정말 신나서 북치고 장구 치는 건지 궁금하다. 저 움직임의 묘사가 생동감 있게 캔버스 밖으로까지 잘 전달된다. 

 

왈종 작품 요가 자세 1

 

왈종 작품 요가 자세 2


요가와 관련한 위의 두 작품은 현대 느낌이 많이 나는 일러스트라고도 보여졌다. 강한 색감은 눈으로 봐야지만 느낄 수 있다. 남제주의 따사롭고 밝은 태양처럼 빛나는 노란색과 상상 속에 있을 것 같은 반짝 거리는 새. 마치 바다에 비치는 태양의 물결처럼 느껴진다. 아래 푸른 배경의 요가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톱으로 반 삼각형을 위아래로 긁어놓은 듯한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작품 표현에 꼭 붓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양하게 캔버스에 표현된 방법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였다. 왈종 미술관 전시 입장료는 5천 원이다. 

 

 

왈종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의 제목이 '제주의 중도와 연기'로 통일되어 있어서, 작품마다 다른 제목을 볼 수 있는 재미를 뺏긴 것 같아 아쉬웠다. 

 

 

 

728x90
반응형
LIST
728x90
반응형
SMALL

 

일주일 내에 인사동을 이렇게 자주 방문한 적이 있었던가 싶었다. 같은 곳을 두 번 지나쳤는데 한 번은 바쁘다는 이유와 사람이 적다는 이유로 방문하지 않았었다. 두 번째 그곳을 다시 마주했을 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과 큐알코드를 찍는 직원들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입구 쪽에 전시된 영상 앞에 바글바글거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홀리듯이 전시장 안으로 발을 디뎠다.

 

 

2021년 7월 중순부터 말까지 진행이라고 했던 성남훈 작가의 전시전이라고 했다. 시기가 맞아서인지 8월의 아프가니스탄 상황때문인지 8월 말이 되어가는 시기까지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언제 마무리 짓는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방문하고 싶다. 3층까지 올라가서 다 본 줄 알았는데, 옥상 루프탑에도 전시된 사진이 있었다는 건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층을 둘러봤을 때 위로 올라가는 곳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근데 다시 갈 일이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사진전의 테마는 '부유하는 슬픔의 시'다. 프랑스 파리 사진 대학 이카르 포토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전공을 했다는 그의 이력이 큰 신뢰감을 줬다.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알기 전까지 나는 다큐멘터리는 오로지 사실을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미디어의 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도 제작자와 편집자의 마음에 맞게 요리 조무르고 저리 조물러, 내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다큐멘터리 베이스의 작품을 굳이 곧대로 믿지 않는 버릇 아닌 버릇이 생겨났다. 순수하든 불순하든 내 눈앞에 있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이나 사진 등의 미디어는 결국 제작자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으로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정교하게 짜여진 사각형 프레임에 작가가 원하는 구도, 물체, 시간에 따른 빛 등이 잘 맞아 들어갔을 때. 무엇을 의도했든 잘 짜인 작가의 판 속 감정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동요가 일치했을 때,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무덤덤한 심장의 박동수의 물결이 조금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감동의 동화에 초점을 맞춰 성남훈 작가의 '부유하는 슬픔의 시' 전시를 봤을 때, 나는 그런 감정 교화에 실패했다. 30년간 여행지로 권장되는 국가들이 아닌. 언제 내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 장소에 있는 동안 내전이 일고 있어도 별날 것 없는. 그런 장소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한 작가의 노고에는 아주 아주 큰 존경심과 경외심을 드러내는 바이지만, 내 마음속에 일렁이는 무언가를 느끼지 못했다.

 

 

성남훈 작가 전시 작품 루마니아 집사

 

 

전시장으로 연결되는 3층 입구에 바로 도달하게 되면 만날 수 있는 그의 대표작으로 추정되는 '루마니아 집시'.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밭의 중심에 서 있는 꼬마 집시. 순수한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에서 나는 어쩌면 나만의 편견으로 순수하지 못한 집시의 특성을 일반화해 이 작품을 왜곡하고 봤던 것 같다. 유럽에서의 집시라면 사실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뻔뻔하게 구걸하는 것과 같은 행동으로 관광객에게는 불친절하고 성가신 이미지로, 경험으로 나에게 남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실과 작품에서 나타나는 물체의 괴리감으로 인해 내가 작품을 작품 자체로 온전히 관람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소녀들의 집시라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오만하게 뻔뻔한 모습으로 자신의 상황을 수려하게 유리한 쪽으로 단번에 끌고 오는 것들이 그러한 사람들이니까. 내 편견이 이렇기에 작품을 바라본 내 마음에서 울렁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외에도 꽤 많은 양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관람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코테(Kote)는 처음 방문한 곳이었지만, 내부 건물의 구조가 흡사 외국의 갤러리에서 본 떠온듯하게 비슷하게 일치하면서도 전시장이 넓었다. 천장에서 태양광이 들어오는 구조로 낮시간에 관람하는 작품들에게 자연조명을 선사해주는 훌륭한 곳이었다. 코로나로 오랜만의 나들이었지만 좋은 전시들을 우연히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서 뿌듯한 시간이었다.

 

 

 

 

728x90
반응형
LIST
728x90
반응형
SMALL


파리, 이태리, 런던의 도시들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무전여행한다는 시놉시스는 솔깃한 모험심을 자극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나라는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기도 했다.

덤으로 유럽 여행의 풍경까지 볼 수 있을테니 코로나로 여행을 잠시 멈추고 있는 나에게 옛날 생각도 불러일으킬 겸 추억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보게 됐다.

영화는 스무살에서 스물네 살까지 모여있는 영화과 학생들의 잉여로움을 설명하는 오프닝으로 시작된다. 다음 학기 등록금도 못 벌게 된 이상 뭔가 마무리 짓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영화과 학생이었던 네 명은 각자 맡은 역할이 분명했고, 기술을 이용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물물 교환으로 유럽 여행을 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기획, 애니, 특수효과, 컴퓨터 담당을 각자 맡은 사람들의 설명과 함께 그들의 원대한 계획이 간단하고 귀여운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유럽에 있는 한인민박의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아 유럽을 횡단하고 오는 것이 그들의 첫 번 째 프로젝트였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최종 목적지 영국에서 세기의 아이돌, 비틀즈같은 가수를 발굴하고 섭외해 뮤직비디오 영상을 만들어 빵 터뜨리는 것이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수행하면서 스스로 자처한 잉여의 삶을 청산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2013년에 봤어도 그랬을 것 같고, 지금 봐도 참 원대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는 것에 새삼 그들의 도전이 멋있어 보이고, 비교적 시간에서 자유로운 그들의 나이가 부러웠다.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면서 20대 중 후반의 디자이너와 기획을 도와줄 선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이태리로 넘어가기 전,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별을 고한다. 사실 중도 포기하는 이들의 행보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기보다는 그들의 입장에 더 이해가 가기에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있었어도 그들과 같은 결과를 도출해내지 않았을까 싶어서 공감이 많이 됐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여행하면서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와 비슷한 상황도 있어서 그 날의 나를 떠올릴 수 있어 좋았고, 잘 정돈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 나는 촬영 화질도 좋았다. 다만 중간에 편집된 내용이 많아 보이고, 영화 제목에 나오는 ‘히치하이킹’ 과정을 조금 더 생생하게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를 들면, 히치하이킹에 성공해서 차에 탑승하는 과정 같은 것들. 아무래도 영화 속 내용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그들의 여행 이야기 속, 프랑스 파리에서 두 시간 남짓 되는 근교를 가는 여정 초반에 만난 버스 드라이버가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남부 여행 시 기차를 놓치거나, 비행기 타러 가는 길 기차 안에서, 기차를 또 잘 못 타서 허둥지둥 될 때 만났던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말 말도 통하지 않는데 몸짓, 발짓해가며 다른 정류장까지 나와 함께 뛰어주던 아주머니도 많이 생각났다. 항시 보호해야 할 어린 딸과 아들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편 플랫폼에 애들을 내버려두고 내 기차 놓칠까 봐 함께 걱정하며 도와주던 그 온정이 다큐 속에 놓인 주인공의 심정에서 큰 도움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 종착지까지 완전히 다 데려다주는 것이 아닐지라도.

프랑스에서 로마로 넘어가기 전, 가지고 있던 예산이 떨어지고 연락 오는 것도 없고 프로젝트를 실행할 실마리가 1도 보이지 않을 때 쯤, 그들은 계획을 포기하려고 한다. 그때 그들에게 이태리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한다. 홍보 영상을 직접적으로 의뢰한 건 아니었지만, 한 번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프랑스에서 이태리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로마의 휴일> 진실의 입이 있는 곳, 이태리

 

로마에 도착해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기로 한 한인민박 주인을 기다리면서 '현학'이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이렇게 설레는 기다림은 오랜만인 거 같아."


전화기를 부여잡고 만나자는 이야기를 들으며 입에서 감출 수 없는 웃음과 미소가 '호재'를 통해 흘러나온다. 네 명의 청춘들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또 다른 임팩트 있는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째지게 기분 좋은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이 감정들이 스크린 밖에 앉아 있는 나에게도 전달되어 괜히 설레고 좋았다. 도전을 위해 도전을 하는 진정한 청춘 영화 같아서. 

 

동시에 나에게 자문을 하게 됐다.

"나는 언제 뭘 하면서, 저렇게 설레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지?"

 

2년이란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면서, 나도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그 계획을 조금씩 이행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내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못 한채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보면서 그 시절의 나로 다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것도 조금씩 줄이면서 이 프로젝트를 더 열심히 하고 영상으로 남기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보았다. 

 

중간에 지루하다고 느낀건지, 후반부엔 네 명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틈을 위기로 집어넣었다. 그들의 위기는 팀플에서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던 '호재'의 야망찬 계획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가수 '아르코'의 마지막 앨범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도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동료들과 상의하지도 않고, 뮤직 비디오를 만들 수 있다고 이메일 연락을 해버린 것이다. 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호재'는 동시에 아르코의 뮤직 비디오와 원래 일정에 잡혀있던 아일랜드 가수 '브라이언'의 뮤직 비디오 작업을 동시에 해야 했던 것이다. 더불어, 생존을 위한 본업일도 해야 했던 것이었다. 하루에 펍에서 10~12시간가량의 일을 해야 했던 것이다. 참...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생각했다. '호재'를 제외한 나머지 동생들은 이제 기껏해야 스무 살이 되었다. 그들의 계획에서 약간은 벗어나 보이는 호재의 이기적인 계획이 그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왔을 거라는 것도 잘 느껴졌다. 하지만, 호재의 입장도 너무나 이해가 갔다. 요즘 말로 말하면 이것은 성덕인 것이다. 호재는 아르코의 성덕이 되고 싶었고, 그걸 위해 자신의 욕심을 조금 내비쳤을 뿐이다. 사람은 모두가 자기가 원하는 분야나 부분에 있어 이기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호재와 동생들의 갈등이 솔직하게 느껴져서 좋았던 부분이었다. 

 

 

유럽 여행지의 명소들을 예쁘고 화려하게 담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가 끝난 후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오히려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서 좋았다. 대리 만족을 느끼려면 '우디 알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는 걸로. 호재 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던 순수한 열정과 정열은 사라졌는지, 이후 이렇다 할 행보가 눈에 띄지 않아 아쉽다. 

728x90
반응형
LIST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