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최대로 더웠다던 2021년의 여름. 한 없이 덥게 올라가는 여름 날씨에 비례해 여름 제철과일인 수박의 과일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천정부지 가격으로 올라갔다. 많은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니라 큰 수박을 사기가 부담스러워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매미들이 '맴매' 시끄럽게 우는 열대야의 밤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박 사 먹는 날을 기다렸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록 수박 가격은 내려가질 않았다. 열돔현상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게 된 이 지독한 여름의 폭염이 엔딩을 향해 자기만의 속도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동안 수박 한 번 사 먹을 겨를 없이 입추를 맞이하게 됐다.
가장 더운 여름 날에 시원한 수박 사먹지 못하고 그렇게 그 여름이 끝나버렸다는 아쉬움과 원망 섞인 날씨를 비난하는 내게 쥬씨의 수박주스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인 음료수였다. 쌩 수박으로 갈리는 미디엄 사이즈의 수박주스는 2천 원. 당도 0퍼센트의 슈가 프리는 수박 한 통 사 먹지 못했다는 내 억울함을 씻겨줄 중요한 요소였다. 온전히 내가 수박 한 통을 즐기고 있는것과 같은 만족감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서 카운터 옆의 초록색 박스에 쌓여있는 큰 수박 통들을 바라보며 안심했다. 그래. 2만 원의 비효율적인 가치를 2천 원의 효율적인 가치로 전환하고 있는 내 행동은 아주 훌륭하고 옳았다고. 뻥 뚫린 가판대에서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파인애플, 수박 등의 쌩과일 조각이 추가로 보였다. 평소 같았다면 딸기바나나를 시켰을 텐데, 며칠 전에 집에서 만들어 먹었던 바나나 밀크셰이크 때문인지 얼마 안 돼서 비슷한 종류의 음료수를 밖에서 사 먹는다는 게 아깝게 느껴졌다. 색다른 시도로 블루베리 과일 주스를 먹을까 했지만, 냉동이냐고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직원의 말에 의욕을 상실했다. 냉동 과일은 먹고 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이었달까.
달달한 바닐라 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헤이즐넛 라떼 보다 더 저렴하면서 건강에도 좋은 쥬씨의 생과일주스를 종종 더 이용해야겠다. 과일을 갈아서 만드는 주스 가격이 한국의 이곳보다 저렴한 곳을 해외에서 찾아보긴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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