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을 아침부터 걷다 보면 점심 즈음에 속 든든히 끼니 채울만한 곳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표선해수욕장에서 끝나는 올레길 3코스를 돌 때 점심 밥집으로 찾아가기에 가격도 부담 없고 음식 맛도 부담 없는 곳이 있어 공유하려 한다.
올레길 3코스 중간 스탬프가 있는 신산리 마을카페에서 조금 더 걸어 해안가에서 동네 안쪽으로 들어오면 주어코지 국수창고가 있다. 국수창고라고 해서 육수가 배어있는 국수 음식을 먹을까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웠다.
올레길 걷다가 찾아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가보다. 12시 넘어서 도착했을 땐 손님이 없었는데, 주문시키고 음식을 기다리다 보니 손님들로 금세 북적거려 많지 않은 테이블이 꽉 찼다.
옛날 고등학교 앞에 있는 떡볶이 집처럼 흰 벽면에 사람들의 방명록이 이리저리 써있는 게 정감 있는 곳이었다. 혼자 와서 맛있는 음식 먹었다고 다음번에 꼭 데리러 온다고 위트 있게 써진 어느 분의 메모가 특히 눈에 띄었다.
펜이 있었더라면 나도 써보고 싶었는데 쓸 공간도 없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그냥 찬찬히 다른 사람들의 메모를 지켜보았다. 카운터 한쪽엔 스페인의 구엘공원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벽면에 걸려있다. 가게 인테리어의 통일성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오히려 투박함 속에 소소함이 느껴지는 게 제주도와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제주도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가 더워서 목마름이 채 가시지도 전에 무얼 먹어야 하나 메뉴판을 보며 고민에 쌓여있었다. 주방에 계신 주인 아저씨가 뭘 시키겠냐고 물어봐서, 냉 메밀국수는 비비작 같은 거냐고 물어봤는데 여름 별미는 끝났다고 하여 사람들이 뭐를 많이 시키냐고 물어보았다. 국수창고에 들어오기 전에는 특제 보말김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해산물 비빔국수를 많이 시킨다고 하여 주문받기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더 고민할 틈도 없이 그걸로 하겠다고 얘기했다. 말하고 나니 해산물도 잘 못 먹는데, 맛이 맵게 나오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시킨 뒤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두 명이서 왔으면 좋았을 텐데 혼자 와서 해산물 비빔국수 세트(특제 보말김밥+해산물 비빔국수)를 먹어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혼자서 먹기엔 양이 많을 것 같았다.
걱정했는데 해산물은 다행히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들로 나왔다. 문어, 소라, 톳, 보말 조금. 맵기는 맵찔이 입장에서 많이 매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매운 것에서 조금 더 매운 정도였다. 먹을 땐 몰랐는데 다 먹고 나니 속이 조금 쓰렸다. 새콤한 맛이 더 강했으면 내 입맛에 맞았을 텐데 설탕을 덜 넣으셨는지 우리가 흔히 익숙히 느끼고 있던 새콤달콤한 비빔국수와는 다르게 간이 조금 약했다. 그렇지만 매운맛은 강하게 느껴져서 약간 아쉽긴 했다. 더운 날에 비빔국수에 싱그러운 해산물들을 8천 원이라는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이 정도면 성공한 점심이라고 생각했다. 느낌이 약간 물회 같기도 했다. 면을 탱글하게 하기 위해서 얼음 넣고 씻는 듯한 주방 모습에 손님의 음식을 향한 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특제 보말김밥도 맛있어 보였는데 마음먹었던 걸 시켜야 했나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진하게 남았지만 말이다. 여럿이서 오는 경우엔 특제 보말김밥, 해산물 비빔국수, 돼지고기국수를 함께 시켜서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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