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 바닷길을 따라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 좋은 하루였다. 중문 해수욕장은 이번에 처음 방문하게 됐는데, 10월 말의 날씨가 무색하게 다시 뜨거워진 날씨로 바다에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바다 자체를 즐기러 온 관광객도 꽤 보였다.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가볼까 싶었지만 닦을 수건도 못 챙겨 오고 바닷물의 짭짤한 기운이 손에 닿는 게 싫어 바다를 따라 모래사장만 조금 걸어봤다.
중문 해수욕장 근처에 지인에게 추천받은 뷰맛집이 있어 가서 잠시 쉬기로 했다.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카페이다. 바다와 숫자를 조합해서 네이밍 된 바다2822. 숫자 2822의 뜻이 뭘까 궁금했지만 찾아보기도 물어보기도 귀찮았다. 카페 내부에선 노트북을 가지고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야외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데, 스페인이나 프랑스 남부의 어느 한적한 카페에서 들릴만한 듣기 편한 팝송이 흘러나와 기분을 더 좋게 해줬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안 부는 볕 좋은 날이라 바다뷰를 즐기러 나는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좋은 자리는 이미 다 차서 해가 강하게 내리쬐는 야외석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잠시 앉아서 바다 바람을 쐴 요령으로 큰 소나무 뒤에 숨어 야외 자리에 착석했다.
바다2822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아인슈페너, 코코라떼, 파인코주스 세 가지로 아이스의 가격은 8천5백 원이었다. 웬만하면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를 골라서 먹고 싶었지만, 아인슈페너는 내가 평소에 잘 안 먹는 거기도 하고 코코넛이 들어간 음료는 태국 음식 말고는 잘 먹지 않는 편이기에 마땅히 시킬만한 게 없었다. 날씨도 덥고 목이 말라서 그럼 차라리 수제 맥주를 마실까 했는데, 제주 에일 가격이 사악하다. 더불어 크래프트 탭이 어디에 있는지 카운터 너머로 바로 보이지도 않고 가격에 비해 맛이 좋지 않을까 미리 염려되어 제일 만만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켰다. 달달해서 적당히 당도 올려주면서 커피 맛도 나고 바다 뷰도 보고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커피 맛은 '와. 미칠 정도로 맛있어.'도 아니고 나쁘지도 않은 평이한 맛이었다.
여름같이 느껴지는 무더위에 자신의 몸을 바다속에 맡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함께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라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해에 비추는 바다의 잔물결이 반짝 거리는 게 예쁜 중문 해수욕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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