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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깡패연구소 조개전골

 

 

무덤덤한 미식가인 나는 꽤 많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식가라고 칭하는 닉네임을 정한 이유는 있어 보이니까. 해물보단 고기 파인데, 해물을 싫어해서라기보단 신선한 해물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를 안 좋아하거나 못 먹는다고 말하면 보통 '아, 세상 절반의 맛있는 걸 못 먹네. 아쉬워서 어떡해.'라든지 '아고. 그 비싸고 몸에 좋은 걸 왜 못 먹는데.'라는 등의 반응을 많이 듣게 된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칭한 장금이처럼 날 것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 그것을 못 먹는다고 남이 안타까워한들 뭐 어떡하리. 

 

 

비교적 해물 생태계에서 등급이 낮고 싼 축에 속하는 오징어나 조개 등은 익히거나 탕으로 요리하면 먹을 수 있는 편이다. 엄마가 나때문에 고기만 먹는다고 고생하던 날, 이 날은 내가 양보해서 조개탕을 먹으러 갔다. 동네에서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솥단지처럼 큰 사이즈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해물해물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가 3단계에서 4단계로 올라가면서, 오후 여섯 시 이후는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일곱시를 향해 가고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매장 안엔 한 팀 밖에 없었다. 요즘 시기의 자영업자의 마음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매달 빠져나가야 하는 월세를 메워야 하는 아픔을. 

 

 

조개와 또 다른 조개들

 

 

사람이 여러명이면 좋겠지만 두 명뿐이라 기본 조개전골탕 3만 8천 원짜리를 시켰다. 문어도 들어가고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큰 오징어가 들어있었다. 문어나 전복은 추가로 따로 시킬 수 있다. 가리비, 모시조개, 어묵이 소량으로 들어있고 배추가 많이 들어있다. 배추에서 우러나오는 국물이 달달하고 시원했다. 바지락과 홍합이 많이 있었다. 맛 자체는 조개나 이런 거에 간이 배어있지는 않고, 소주 안주로 여러 명이 와서 먹으면 좋은 메뉴이다. 질 높은 해산물을 조용한 곳에서 먹고 싶다면 선택은 알아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양이 많아 남기는 것이 걱정되는 사람은 포장도 가능하니 테이크 아웃으로 싸가서 나중에 바지락 칼국수나 홍합 파스타로 만들어 먹어도 될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해서 시킨 음식을 잘 활용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그러지 못했고 양이 많아서 가성비적으로 가격이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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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늦장마로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오후였다. 비가 오는 날에 국물이 땡기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특성상 국물 있는 음식이 당겼다. 때마침 우육면이 땡겼는데 대만 현지에서 먹었던 홍콩식 느낌의 매콤한 맛은 한국에서 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대안으로 탕탕면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쎄서(만원이 넘어가는 가격), 동네 근처에 있는 마라탕 집에 가서 마라탕을 먹어보기로 했다.

 

 

마라탕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유행의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가 2017년 즈음인걸로 기억한다. 유행이 정점에 오르고 있을 때, 국내에 있지 않았기에 마라탕의 인기를 사람들이 적어놓은 리뷰나 유튜브에 올라온 맛 평가만으로 간접체험을 해야했다. 매운 걸 잘 먹지 못하기도 해서, 매운맛이 중독적인 게 특징이라는 이 마라탕에 큰 관심을 쏟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몇 년의 공백을 해외에서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마라탕 가게의 위생문제가 뉴스에서 한창 떠들썩거리고 있었다. 그 위생문제는 한국에 돌아가면 한 번 먹어볼까 하고 궁금증을 품고 있던 내 마음의 씨앗을 짓밟아 버리기도 했다. 워낙에 유행하는 음식, 디저트 빵, 음료수가 순식간에 우르르 생겼다가 한 번에 와다다닥 빠지는 경향이 있어 마라탕도 곧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도 건재하고 있는 곳들이 있는 걸 보면, 한국인들의 마라탕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육탕, 탕탕면 파는 괜찮은 집을 찾지 못해 처음으로 시도해본 마라탕. 뷔페식으로 채소와 토핑을 원하는 만큼 그릇에 담아 계산해서 먹는 곳이었다. 좋아하는 청경채랑 다른 야채를 듬뿍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고기 같은 건 따로 없나 궁금했는데, 직원분이 양고기로 할 건지 소고기로 할 건지 고르라고 해서 소고기를 추가했다. 면은 없어도 되냐고 하길래,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따로 나오는 면이 없다고 했다. 채소 담은 데서 면도 함께 담아가지고 와야 한다고 했다. 오늘의 목표는 얼큰한 국물에 면을 먹는 거였는데, 면이 없는 음식이라니.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미 야채가 볼에 가득 차 있어 욕심부리지 않고 노란 옥수수면 한 뭉탱이와 당면을 추가했다. 중국 당면 한 줄도. 건두부는 따로 집어넣지 않았다. 추가로 이것저것 더 추가해 만원 정도 결제가 됐다.

 

 

처음 먹어본 마라탕

 

 

비가 후두둑 쏟아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마라탕은 꽤 분위기 있고 좋았다. 먹다 보니 면이 모자란 감이 있어 아쉽긴 했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첫술에 배부를까 싶었다. 자주 사 먹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마라탕을 좋아하는 친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생각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짬뽕의 얼큰함과는 다른 매콤함이었다. 기름에 볶은 고춧가루 소스가 코끝을 컹하고 막히게 한다. 맨 처음 국물 한 스푼을 들고 목으로 넘겼을 때, 가슴 쪽에서 킁하고 매운맛이 쏴하게 올라왔다. 이런 국물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를 개인적으론 폭 고아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물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채소들의 아삭한 상태가 조금 아쉽긴 했다. 뜨거울 때 채소 건더기와 면을 먹으면 그 맛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국물이 차가워지고 국물 위쪽으로는 고추기름이 둥둥 뜨게 된다. 그러면 느끼한 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져서 별로다.

 

 

'옷. 나 오늘 마라탕 땡긴다.'라고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분명히 마라탕의 끝 맛에서 혀에 남아있는 얼얼함에, 그 얼얼함을 즐기고 싶어 이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고 중독 비슷한 체험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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